년 1월 AI 및 로봇 연구 동향
1. 서론: 2020년의 시작, 기술적 변곡점의 도래
2020년 1월은 인공지능(AI) 및 로봇 공학 분야의 역사에서 단순한 시간의 흐름을 넘어, 향후 수년간의 기술 개발 방향과 철학을 결정지은 핵심 패러다임이 응축되어 나타난 기술적 변곡점으로 기록되어야 한다. 이 시기는 단순히 몇몇 주목할 만한 연구가 발표된 달이 아니라, 미래 기술 지형의 근본적인 구조를 형성한 아이디어들이 씨앗처럼 뿌려진 ’씨앗의 달(a seed month)’로 규정할 수 있다.1
이 시기를 관통하는 두 가지 핵심적인 긴장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첫째,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모델의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규모를 기하급수적으로 확장하려는 ‘규모의 확장(Scaling Up)’ 패러다임과, 기존 기술의 근본적인 비효율성을 해결하여 접근성을 높이려는 ’효율성의 최적화(Optimization)’라는 상반되면서도 상호보완적인 두 흐름이 동시에 제시되었다. 이는 AI 기술 발전의 양대 축을 이루며, 중앙화된 초거대 모델의 부상과 분산화된 경량 모델의 발전을 동시에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둘째, 로봇 공학 분야에서는 기계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생체 융합(Bio-integration)’이라는 혁명적 아이디어가 구체화되었다. 이는 단순히 생물의 형태나 움직임을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 살아있는 세포를 로봇의 구성 요소로 사용하거나 생명체의 핵심 원리인 항상성을 로봇 재료 자체에 내장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이는 로봇 공학이 기계 공학의 범주를 넘어 생명 공학, 합성 생물학과 융합되는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열었음을 의미한다.
본 보고서는 이 결정적인 시기에 발표된 네 가지 기념비적인 연구—Scaling Laws for Neural Language Models, Reformer: The Efficient Transformer, A scalable pipeline for designing reconfigurable organisms (Xenobots), Autonomic perspiration in 3D-printed hydrogel actuators—와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Towards a Human-like Open-Domain Chatbot (Meena)—를 중심으로 심층 분석을 진행한다. 이 연구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어떻게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었는지, 그 기술적 함의와 장기적인 영향력을 분석할 것이다. 또한,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시작된 COVID-19 팬데믹이라는 전 지구적 위기 상황 속에서 이 기술들이 어떤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고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게 되었는지 조망한다.4 이를 통해 2020년 1월이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AI 혁명과 로봇 공학의 미래에 어떠한 유산을 남겼는지 명확히 밝히고자 한다.
2. 인공지능 - 거대화와 효율화의 서곡
2020년 1월 인공지능 분야는 하나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두 가지 상이한 해답을 동시에 제시하며 미래 기술의 방향성을 예고했다. 그 질문은 ’어떻게 더 강력한 AI를 만들 것인가?’였고, 그에 대한 답은 각각 ’더 크게’와 ’더 효율적으로’였다. 한편에서는 모델의 성능을 예측하고 극대화하기 위한 ’스케일링 법칙’이 정립되며 초거대 모델 시대를 공학의 영역으로 이끌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기존 모델의 근본적인 비효율성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Reformer’라는 혁신적인 아키텍처로 결실을 보았다. 이 두 연구의 동시 등장은 우연이 아니라, AI 개발의 핵심에 내재된 본질적인 긴장 관계, 즉 규모와 효율성 사이의 변증법적 상호작용을 반영한다. 규모의 확장은 효율성 개선의 필요성을 낳고, 효율성 개선은 다시 더 큰 규모의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이 장에서는 2020년 1월에 공식화된 이 두 흐름과, 스케일링 철학의 초기 결과물인 ‘Meena’ 챗봇을 통해 당시 AI 기술이 어떻게 거대화와 효율화라는 양대 축을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는지 심층적으로 탐구한다.
| 구분 | Scaling Laws for Neural Language Models | Reformer: The Efficient Transformer | Towards a Human-like Open-Domain Chatbot (Meena) |
|---|---|---|---|
| 주요 저자/기관 | Jared Kaplan et al. (OpenAI, Johns Hopkins Univ.) | Nikita Kitaev et al. (Google Research, UC Berkeley) | Daniel Adiwardana et al. (Google Research) |
| 핵심 문제 | 모델 규모(크기, 데이터, 컴퓨팅)와 성능 간의 정량적 관계 규명 | Transformer의 O(L^2) 계산/메모리 복잡도로 인한 긴 시퀀스 처리의 한계 | 특정 도메인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처럼 자연스러운 개방형 주제의 대화 능력 부재 |
| 핵심 방법론 | 다양한 규모의 Transformer 모델에 대한 경험적 성능 측정을 통한 멱법칙(Power-Law) 관계 도출 | 1. LSH(지역성 민감 해싱) 어텐션 2. 가역 잔차 네트워크 | 26억 파라미터 Evolved Transformer seq2seq 모델을 341GB 대화 데이터로 훈련 |
| 주요 결과 및 의의 | LLM 개발을 예측 가능한 공학의 영역으로 전환. GPT-3 등 초거대 모델 개발의 이론적 토대 마련. | 복잡도를 O(L \log L)로 감소시켜 긴 시퀀스 처리의 병목 현상 해결. AI 연구의 민주화에 기여. | ’말이 되는가’와 ’구체적인가’를 측정하는 SSA 지표 제안. 인간 수준(86%)에 근접한 79% 달성. 대화형 AI의 목표를 ’과업’에서 ’관계’로 전환. |
2.1 언어 모델의 무한한 가능성을 예측하다: 스케일링 법칙의 발견
2020년 1월, OpenAI와 존스 홉킨스 대학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 “Scaling Laws for Neural Language Models“는 거대 언어 모델(LLM) 개발의 역사를 바꾼 이정표가 되었다.5 이 연구 이전까지 더 큰 모델을 만드는 것은 직관에 의존하는 고위험의 시도였으나, 이 논문은 LLM 개발을 ’경험적 예술’의 영역에서 ’예측 가능한 공학’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7 연구의 핵심은 신경망 언어 모델의 성능, 구체적으로는 교차 엔트로피 손실(Cross-Entropy Loss)이 모델의 비-임베딩 매개변수 수(N), 데이터셋 크기(D), 그리고 훈련에 사용된 컴퓨팅(C)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와 매우 정확하고 예측 가능한 멱법칙(power-law) 관계를 따른다는 것을 방대한 실험을 통해 경험적으로 입증한 데 있다.
2.1.1 핵심 방법론 및 결과
연구팀은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Transformer 모델을 수많은 데이터셋과 컴퓨팅 예산 하에 훈련시키는 대규모 실험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모델의 성능은 깊이나 너비와 같은 특정 아키텍처 세부 사항보다는 전체적인 ‘규모(scale)’ 자체에 훨씬 더 강하게 의존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혔다.5 손실(L)과 각 규모 변수 간의 관계는 다음과 같은 단순하고 강력한 멱법칙 수식으로 표현되었다.
-
매개변수 수(N)에 따른 손실: 충분히 큰 데이터셋에서 수렴하도록 훈련된 모델의 경우, 손실은 매개변수 수에 반비례하는 멱법칙을 따른다.
L(N) \approx \left(\frac{N_c}{N}\right)^{\alpha_N}
여기서 \alpha_N \approx 0.076 이다.5 -
데이터셋 크기(D)에 따른 손실: 매우 큰 모델을 조기 중단하여 훈련할 경우, 손실은 데이터셋 크기에 반비례하는 멱법칙을 따른다.
L(D) \approx \left(\frac{D_c}{D}\right)^{\alpha_D}
여기서 \alpha_D \approx 0.095 이다.5
- 컴퓨팅(C)에 따른 손실: 최적의 조건에서 훈련 시, 손실은 사용된 컴퓨팅 양에 반비례하는 멱법칙을 따른다.
L(C) \approx \left(\frac{C_c}{C}\right)^{\alpha_C}
여기서 \alpha_C \approx 0.050 이다.5
이러한 법칙들이 제시하는 가장 중요하고 혁신적인 결론 중 하나는, 한정된 컴퓨팅 예산 하에서 최적의 성능을 얻기 위한 전략에 관한 것이었다. 기존의 통념은 주어진 모델을 손실이 더 이상 줄어들지 않을 때까지, 즉 완전히 ’수렴’시킬 때까지 훈련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연구는 **“수렴시키기에는 너무 큰 모델을 조기 중단(early-stopping)하여 훈련”**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임을 정량적으로 증명했다.5 이는 제한된 자원을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이후 LLM 개발 전략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쳤다.
2.1.2 기술적 의의 및 영향
“Scaling Laws” 논문의 가장 큰 기술적 의의는 LLM 개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예측 가능성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수백만 달러가 소요되는 대규모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만약 X만큼의 컴퓨팅 자원을 추가로 투자한다면, Y만큼의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정량적 예측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예측 가능성은 거대 AI 연구소들이 초거대 모델 개발에 천문학적인 자원을 투자하는 데 필요한 이론적, 경제적 명분을 제공했다.
실제로 이 연구는 OpenAI 내부에서 곧바로 이어질 GPT-3 개발의 직접적인 이론적 기반이 되었다.1 GPT-3가 1750억 개의 파라미터라는 전례 없는 규모로 설계될 수 있었던 것은 스케일링 법칙이 그 성능을 어느 정도 보장해주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DeepMind의 Gopher, Chinchilla 등 후속 초거대 모델들의 개발 경쟁, 즉 ’LLM 군비 경쟁’의 신호탄 역할을 했다.7 특히 Chinchilla 연구는 스케일링 법칙을 더욱 정교화하여 모델 크기와 데이터셋 크기 간의 최적 비율을 제시했는데, 이는 “Scaling Laws“가 제시한 연구 의제를 직접적으로 계승하고 발전시킨 결과물이다.9 이처럼 2020년 1월에 발표된 이 논문은 이후 AI 기술 발전의 경로를 설정하고, 생성형 AI 시대를 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2.2 Transformer의 한계를 넘어서: Reformer의 효율성 혁신
스케일링 법칙이 AI 모델의 ’크기’가 곧 성능이라는 거대화의 길을 제시했다면, 같은 시기 Google Research 팀이 ICLR 2020에 발표한 “Reformer: The Efficient Transformer“는 그 길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장벽, 즉 ’비용’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였다.10 Transformer 아키텍처는 그 성능에도 불구하고, 시퀀스 길이(L)가 길어질수록 계산량과 메모리 사용량이 제곱(O(L2))으로 증가하는 치명적인 병목 현상을 안고 있었다. 이는 긴 문서, 고해상도 이미지, 유전체 서열과 같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Reformer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한 두 가지 핵심적인 기술적 혁신을 제안했다.
2.2.1 핵심 방법론 및 결과
Reformer의 혁신은 어텐션 메커니즘과 메모리 관리 방식, 두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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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성 민감 해싱 (Locality-Sensitive Hashing, LSH) 어텐션: 표준 어텐션은 모든 토큰이 다른 모든 토큰과 관계를 계산해야 하므로 O(L^2)의 복잡도를 가진다. Reformer는 LSH라는 기법을 도입하여 이 문제를 해결했다. LSH는 고차원 공간에서 서로 가까운 벡터(유사한 벡터)들이 동일한 해시 버킷에 속할 확률이 높다는 원리를 이용한다. 이를 어텐션에 적용하여, 전체 시퀀스가 아닌 동일한 해시 버킷에 속한, 즉 서로 의미적으로 유사할 가능성이 높은 쿼리-키 쌍들 사이에서만 어텐션을 계산하도록 근사했다.10 이 방식을 통해 어텐션의 복잡도를 O(L \log L)로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고, 이는 이론적으로 수십만 토큰 길이에 달하는 매우 긴 시퀀스의 처리도 가능하게 함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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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역 잔차 네트워크 (Reversible Residual Networks): 기존 Transformer 모델은 역전파 과정에서 각 레이어의 기울기를 계산하기 위해 모든 N개 레이어의 활성화 값을 메모리에 저장해야 했다. 이는 모델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메모리 요구량이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원인이었다. Reformer는 Gomez et al. (2017)이 제안한 가역 네트워크 개념을 도입하여 이 문제를 해결했다.12 가역 네트워크는 한 레이어의 출력값만으로 입력값을 복원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다. 따라서 훈련 과정에서 모든 중간 활성화 값을 저장할 필요 없이, 역전파 시점에 필요한 값을 즉석에서 재계산하여 사용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활성화 값 저장에 필요한 메모리 양이 모델의 깊이(N)와 무관하게 상수가 되어, 메모리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10
이러한 혁신들을 통해 Reformer는 표준 Transformer와 동등한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훨씬 적은 메모리를 사용하고 긴 시퀀스에서 훨씬 빠른 속도를 보이는 것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13
2.2.2 기술적 의의 및 영향
Reformer의 등장은 Transformer 아키텍처의 적용 가능성을 기존의 자연어 처리 영역을 넘어 새로운 지평으로 확장하는 기술적 토대를 마련했다. O(L^2)의 족쇄에서 벗어남으로써, 유전체 서열 분석, 고해상도 이미지 및 비디오 생성, 장편 소설이나 논문 요약 등 ’긴 맥락(long context)’의 이해가 필수적인 다양한 분야에 Transformer를 적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13
더 나아가, 이 연구는 AI 연구 생태계에 중요한 함의를 던졌다. 스케일링 법칙이 막대한 자본과 컴퓨팅 자원을 보유한 소수의 거대 산업 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중앙화된’ 모델 개발을 가속화했다면, Reformer와 같은 효율성 향상 연구는 그 반대 방향의 힘으로 작용했다. 제한된 자원을 가진 학계 연구자들이나 소규모 스타트업도 최첨단 AI 모델을 훈련하고 연구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12 이는 AI 생태계의 다양성과 건강성을 유지하고, 혁신이 특정 주체에 의해 독점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국 Reformer는 ’더 큰 AI’를 향한 경주 속에서 ’더 똑똑한 AI’의 가치를 증명하며, AI 발전의 또 다른 축을 제시한 선구적인 연구로 평가된다.
2.3 기계와의 대화, 인간을 향하다: Google Meena 챗봇
2020년 1월, AI 분야의 두 거인인 OpenAI와 Google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미래를 향한 비전을 제시했다. OpenAI가 “Scaling Laws“를 통해 초거대 모델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면, Google Brain 팀은 “Towards a Human-like Open-Domain Chatbot” 논문을 통해 그 철학의 초기 결과물인 ’Meena’를 세상에 공개했다.16 Meena는 26억 개의 파라미터를 가진 대화형 AI로, 특정 목적이나 도메인에 국한되지 않고 어떤 주제로든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개방형 도메인(Open-Domain)’ 챗봇을 지향했다.19 이는 당시 기술 수준을 뛰어넘는 자연스러운 대화 능력으로, 챗봇 연구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2.3.1 핵심 방법론 및 결과
Meena의 성공은 크게 세 가지 요소에 기반한다: 거대한 모델과 데이터, 그리고 새로운 평가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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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텍처 및 데이터: Meena는 진화적 신경망 아키텍처 탐색(evolutionary neural architecture search)을 통해 최적화된 Evolved Transformer seq2seq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했다.21 이 모델은 341GB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의 공개 소셜 미디어 대화 데이터로 훈련되었다. 이는 당시 최고 성능 모델로 알려진 OpenAI의 GPT-2와 비교했을 때, 모델 파라미터 수는 1.7배, 훈련 데이터 양은 8.5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규모였다.21 이는 스케일링 법칙이 예측한 대로, 규모의 확대가 곧 성능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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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 (Sensibleness and Specificity Average) 평가 지표: 연구팀은 Perplexity와 같은 기존의 자동화된 평가 지표가 실제 인간이 느끼는 대화의 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 평가자가 직접 대화의 품질을 측정하는 새로운 지표인 SSA를 제안했다.16 SSA는 두 가지 간단하지만 핵심적인 질문으로 구성된다: (1)
“이 응답이 말이 되는가? (Is it sensible?)” - 논리적이고, 상식에 맞으며, 맥락에 부합하는가? (2) “이 응답이 구체적인가? (Is it specific?)” - “모르겠어요“나 “하하“와 같은 무의미한 답변이 아니라, 주어진 맥락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가?
- 결과: 이 새로운 SSA 지표로 Meena와 다른 최신 챗봇들(Mitsuku, Cleverbot 등)을 평가한 결과는 놀라웠다. Meena는 79%의 SSA 점수를 기록하여 경쟁 챗봇들을 압도했으며, 이는 인간의 평균 점수인 86%에 불과 7%p 차이로 근접한 수치였다.21 더 중요한 발견은, 모델 훈련의 목표였던 Perplexity(낮을수록 좋음)와 인간의 주관적 평가 지표인 SSA 사이에 매우 강한 음의 상관관계(R^2=0.93)가 존재한다는 점이었다.21 이는 모델을 더 낮은 Perplexity로 훈련시키는 것이 곧 더 인간다운 챗봇을 만드는 길이라는 것을 정량적으로 입증한 것으로, 훈련 목표와 실제 목표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중요한 다리를 놓은 셈이다.
2.3.2 기술적 의의 및 영향
Meena와 SSA 지표의 등장은 챗봇 연구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신호탄이었다. Meena 이전의 챗봇 연구는 대부분 ’작업 완료(task completion)’에 초점을 맞추었다. 항공권 예약, 계좌 잔액 확인, 날씨 정보 제공 등 명확한 목표를 가진 과업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수행하는지가 챗봇의 핵심 평가 기준이었다.
그러나 Meena는 ’어떤 주제로든 대화하기’라는, 명확한 끝이 없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리고 SSA는 그 대화 과정 자체의 ’질’을 평가했다. 이는 챗봇의 목표를 기능적인 ’도구’에서 관계적인 ’파트너’로 재정의하는 철학적 전환을 의미했다. 사용자가 챗봇과 나누는 상호작용의 경험, 즉 ’인간다움’이 연구의 핵심 목표로 부상한 것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이후 대화형 AI의 발전 경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Google 내부적으로는 LaMDA로 이어졌고, 더 넓게는 2022년 말 전 세계를 강타한 ChatGPT의 성공에까지 그 영향이 미친다. ChatGPT가 기술적 새로움만큼이나 ‘인간과 대화하는 듯한’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Meena가 제시했던 ’인간다움’이라는 목표 설정과 그것을 측정하려는 시도는 시대를 앞서간 선구적인 업적으로 평가받아야 마땅하다.23 Meena는 기술적 성취를 넘어, 대화형 AI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나침반이었다.
3. 로봇 공학 - 생명과 기계의 경계를 허물다
2020년 1월, 로봇 공학 분야에서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두 가지 혁명적인 연구가 발표되었다. 이 연구들은 단순히 로봇을 더 정교하게 만들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차원을 넘어, ’로봇이란 무엇인가’라는 정의 자체를 확장시켰다. AI를 이용해 살아있는 세포로 새로운 ’생명체-기계’를 설계하는 연구와, 생물의 항상성 원리를 모방하여 스스로 온도를 조절하는 소프트 로봇 연구는 ’생체 융합’이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는 로봇 공학이 단순히 생물을 모방하는 ‘생체 모방(bio-mimesis)’ 단계를 넘어, 생물학적 원리와 재료를 로봇 시스템의 핵심 구성 요소로 통합하는 ’생체 융합(bio-integration)’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 장에서는 이 두 연구가 어떻게 기계와 생명의 경계를 허물고 로봇 공학의 새로운 미래를 열었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 구분 | A scalable pipeline for designing reconfigurable organisms (Xenobots) | Autonomic perspiration in 3D-printed hydrogel actuators |
|---|---|---|
| 주요 저자/기관 | Sam Kriegman et al. (Tufts Univ., Univ. of Vermont) | Anand K. Mishra et al. (Cornell Univ.) |
| 핵심 문제 | 기존의 금속, 플라스틱 소재 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생체 재료 기반의 기계 제작 방법론 부재 | 소프트 로봇의 장시간, 고출력 구동 시 발생하는 내부 발열 및 성능 저하 문제 |
| 핵심 방법론 | 1. AI(진화 알고리즘)를 통한 기능적 세포 구조 설계 (in silico) 2. 개구리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한 실제 조립 (in vitro) | 다중소재 3D 프린팅으로 온도 감응형 하이드로겔(PNIPAm, PAAm) 액추에이터 제작. 온도에 따라 기공이 열리고 닫히며 자율적으로 ‘땀’ 배출 |
| 주요 결과 및 의의 | 세계 최초의 ‘살아있는 로봇’ 개발. AI, 합성생물학, 로봇공학의 융합. 재생의학, 환경 정화 등 응용 가능성 및 생명/기계의 정의에 대한 윤리적 질문 제기. | 별도 센서/제어기 없이 소재 자체만으로 자율적 체온 조절 기능 구현. 인간보다 3배 효율적인 냉각 성능. 소프트 로봇의 내구성과 작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개선. |
3.1 최초의 살아있는 기계: Xenobots의 탄생과 철학적 함의
2020년 1월, 미국 터프츠(Tufts) 대학과 버몬트(Vermont) 대학 공동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PNAS(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한 논문 “A scalable pipeline for designing reconfigurable organisms“는 과학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던졌다.26 이 논문은 세계 최초의 ‘살아있는 로봇’, 즉 제노봇(Xenobots)의 탄생을 공식적으로 알렸다.30 제노봇은 아프리카발톱개구리(Xenopus laevis)의 배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피부세포와 심근세포)를 재료로 하여, AI가 설계하고 인간이 조립한 1mm 미만 크기의 새로운 생명체-기계 하이브리드다.31 이는 전통적인 로봇도, 알려진 동물 종도 아닌 완전히 새로운 범주의 인공물이었다.
3.1.1 핵심 방법론 및 결과
제노봇의 탄생은 인공지능 기반 설계와 세포 기반 제작을 결합한 혁신적인 파이프라인을 통해 가능했다.26 이 과정은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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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Silico (가상) 설계: 먼저, 버몬트 대학의 슈퍼컴퓨터에 탑재된 진화 알고리즘이 특정 과업(예: 한 방향으로 이동하기, 미세 입자 운반하기)을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세포의 3차원 형태와 배치를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탐색한다. 알고리즘은 무작위로 생성된 수많은 세포 구성을 테스트하고, 더 나은 성능을 보이는 설계를 선택하여 변형하고 재평가하는 과정을 수십억 번 반복함으로써 최적의 설계도를 찾아낸다.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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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Vitro/Vivo (실험실) 제작: 다음으로, 터프츠 대학의 생물학자들이 AI가 제시한 설계도에 따라 실제 제작에 나선다. 미세수술용 족집게와 전극을 사용하여 배양된 개구리 배아 줄기세포들을 하나씩 떼어내고 재조합하여 설계도와 거의 동일한 형태로 조립한다.32 이 구조에서, 스스로 수축하고 이완하는 심근세포는 동력원의 역할을 하고, 수동적인 피부세포는 몸체의 구조를 형성하는 비계 역할을 한다.
이렇게 탄생한 제노봇은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수일에서 수 주간 배아에 저장된 에너지원만으로 스스로 움직일 수 있었고, 여러 개체가 협력하여 주변의 미세한 입자들을 한 곳으로 모으는 집단 행동을 보였다.30 또한, 몸체에 상처가 났을 때 스스로 세포를 재구성하여 상처를 봉합하는 자가 치유 능력도 나타냈다.30 2020년 발표 이후 이어진 후속 연구에서는 운동 능력이 향상된 ’제노봇 2.0’이 개발되었고, 심지어 특정 조건 하에서는 주변의 흩어진 줄기세포들을 모아 자신의 복제본을 만드는 ‘운동학적 복제(kinematic replication)’ 능력까지 확인되어 큰 화제가 되었다.36
3.1.2 기술적 의의 및 영향
제노봇은 실용적인 측면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완전히 생분해 가능한 생체 재료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체내에서 부작용 없이 약물을 특정 부위로 전달하는 표적 약물 전달 시스템, 동맥의 플라크를 제거하는 미세 수술 도구, 해양의 미세플라스틱을 수거하거나 방사능 오염 지역을 정화하는 친환경 로봇 등 기존 기술로는 해결하기 어려웠던 문제들에 대한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30
그러나 제노봇의 등장이 갖는 더 깊은 의미는 기술적 유용성을 넘어 철학적, 윤리적 차원에 있다. 기존의 법률, 윤리, 사회 시스템은 ’인공물(man-made, non-living)’과 ’유기체(natural, living)’라는 이분법적 구분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제노봇은 이 경계를 정면으로 허물어뜨린다. 100% 개구리 세포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는 ’유기체’이지만, AI가 설계하고 인간이 특정 목적을 위해 조립했다는 점에서는 ‘인공물’ 또는 ’로봇’이다.43 이러한 모호성은 기존의 범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존재론적 지위를 만들어내며,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질문들을 우리 사회에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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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봇은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특허법은 종종 ’자연의 산물’을 배제하는데, 제노봇은 어디에 해당하는가?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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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봇이 만약 지각 능력을 갖게 된다면, 우리는 이들에게 어떤 도덕적 지위를 부여해야 하는가?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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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제노봇이 통제 불가능하게 복제하여 자연 생태계에 방출된다면, 새로운 침입종으로 작용할 위험은 없는가? 46
결론적으로, 2020년 1월의 제노봇 연구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발명한 것이 아니라, 이전까지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다루어지던 질문들을 현실의 법률가, 윤리학자, 규제 당국, 그리고 대중이 마주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만든 사건이었다. 이는 AI 윤리와 생명 윤리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되었다.
3.2 생체모방의 정점: 자율적으로 땀 흘리는 소프트 로봇
제노봇이 생명 그 자체를 로봇의 재료로 삼는 혁명을 보여주었다면, 같은 시기 코넬(Cornell) 대학 연구팀이 Science Robotics에 발표한 “Autonomic perspiration in 3D-printed hydrogel actuators“는 생명의 핵심 작동 원리인 ’항상성(homeostasis)’을 로봇에 내재화하는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47 이 연구는 소프트 로봇이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인간처럼 자율적으로 ’땀’을 흘리는 기술을 선보였다.49 이는 고출력으로 장시간 작동해야 하는 소프트 로봇의 가장 큰 기술적 난제 중 하나인 발열 문제를, 외부 장치가 아닌 소재 자체의 특성을 통해 해결한 독창적인 생체모방적 접근법이다.
3.2.1 핵심 방법론 및 결과
연구의 핵심은 온도에 따라 형태가 변하는 ‘스마트’ 하이드로겔 소재와 이를 정밀하게 구현하는 다중소재 3D 프린팅 기술의 결합에 있다.52 연구팀은 빛을 이용해 액체 수지를 굳히는 광경화성 수지 조형 방식(Stereolithography)을 사용하여, 두 종류의 온도 감응형 하이드로겔로 구성된 손가락 형태의 유체 액추에이터를 제작했다.
- 스마트 소재의 이중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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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부층 (Poly-N-isopropylacrylamide, PNIPAm): 이 하이드로겔은 30°C를 기준으로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온도가 30°C 이상으로 올라가면, 겔 구조가 수축하면서 내부에 머금고 있던 물을 위쪽으로 짜내는 펌프와 같은 역할을 한다.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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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부층 (Polyacrylamide, PAAm): 인간의 피부처럼 미세한 구멍(pore)들이 뚫려있는 이 층은, 마찬가지로 30°C 이상에서 구멍이 자율적으로 확장된다. 이때 하부층에서 밀려 올라온 물이 이 확장된 구멍을 통해 ’땀’처럼 외부로 배출된다. 반대로 온도가 30°C 아래로 내려가면 구멍은 다시 닫혀 불필요한 수분 손실을 막는다.48
- 자율적 냉각 성능: 이 메커니즘의 가장 큰 특징은 별도의 온도 센서나 제어 장치, 펌프 없이 소재 자체의 물리화학적 특성만으로 완벽하게 자율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53 실험 결과, 이 ‘땀 흘리는’ 액추에이터는 땀을 흘리지 않는 동일한 장치에 비해 무려 600% 향상된 냉각률을 보였다. 30초 이내에 표면 온도를 21°C나 낮출 수 있었으며, 이는 단위 무게당 냉각 효율 면에서 인간의 땀 분비 시스템보다 약 3배 더 효율적인 수치였다.48
3.2.2 기술적 의의 및 영향
이 연구는 소프트 로봇의 실용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했다. 기존 로봇들은 발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피가 크고 무거운 팬, 방열판, 냉각수 펌프와 같은 외부 냉각 장치에 의존해야 했다. 이러한 장치들은 유연하고 가벼워야 하는 소프트 로봇의 본질적인 장점을 해치는 요소였다. 반면, ‘땀 흘리는’ 액추에이터는 냉각 기능을 로봇의 몸체 자체에 통합함으로써, 소프트 로봇이 가볍고 유연한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장시간 고출력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54
더 나아가, 이 기술은 로봇이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을 촉발한다. ’땀’을 흘리는 능력은 단순히 온도를 낮추는 것을 넘어, 다양한 기능으로 확장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땀 배출 메커니즘을 역으로 이용하여 외부의 액체를 흡수함으로써 영양분을 섭취하거나, 특정 화학 물질을 분비하여 촉매 반응을 유도하거나, 주변의 오염 물질을 제거하거나, 로봇 표면에 보호막을 코팅하는 등의 응용이 가능하다.48 이는 로봇을 외부 환경과 격리된 폐쇄적인 시스템이 아니라, 환경과 능동적으로 물질을 교환하며 상호작용하는 개방적인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이처럼 2020년 1월의 ‘땀 흘리는 로봇’ 연구는 생체모방 기술이 형태의 모사를 넘어 기능과 원리의 내재화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성과였다.
4. AI와 로봇 기술의 응용 및 산업 동향
2020년 1월은 학술적인 돌파구뿐만 아니라, AI와 로봇 기술이 현실 세계의 문제 해결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했다. 특히,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COVID-19 팬데믹은 AI 기술의 사회적 역할을 재조명하고,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의 지능화와 자동화를 가속하는 예상치 못한 촉매제가 되었다. 이 장에서는 팬데믹 초기 대응 국면에서 AI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와 함께, 당시 활발하게 진행되던 제조, 물류, 의료, 농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지능화 동향을 살펴본다.
4.1 팬데믹 초기 대응과 AI의 역할
2020년 1월, COVID-19의 전 세계적 확산이 시작되자마자, AI 기술은 이 미증유의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핵심 도구로 빠르게 주목받기 시작했다.4 위기는 AI 기술이 연구실 수준의 이론적 가능성을 넘어, 실제 사회 문제 해결에 얼마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계기가 되었다. 팬데믹 이전에도 AI는 의료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되었지만, 팬데믹은 역학, 진단, 치료제 개발 등 여러 전선에서 동시다발적으로 AI의 활용을 요구하며 관련 연구개발 주기를 수년에서 수개월로 압축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당시 제안되고 논의된 AI의 주요 활용 분야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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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및 예측: AI는 바이러스의 확산 경로를 추적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강력한 도구로 인식되었다. 소셜 미디어 게시물, 뉴스 기사, 항공 데이터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잠재적인 감염 확산 지역을 예측하고, 보건 당국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델이 제안되었다.4 이는 제한된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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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보조: 감염자 급증으로 인한 의료 시스템의 과부하를 줄이기 위해, AI 기반 진단 보조 기술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특히, 흉부 CT나 MRI와 같은 의료 영상을 AI가 분석하여 COVID-19로 인한 폐렴 소견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판별하는 연구가 활발히 논의되었다.4 또한, AI 알고리즘을 이용해 유전자 서열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바이러스를 신속하게 식별하고 변이를 추적하는 연구도 제안되었다.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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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제 및 백신 개발 가속화: 신약 개발에는 통상적으로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AI는 이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AI는 방대한 의학 논문과 임상 데이터를 분석하여 기존에 허가된 약물 중에서 COVID-19 치료에 효과가 있을 수 있는 후보를 신속하게 발굴(drug repurposing)하거나, 바이러스의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여 백신 설계를 가속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4
이처럼 팬데믹이라는 전 지구적 위기는 AI 기술의 사회적 책무와 실용적 가치를 동시에 부각시키며, AI를 공중 보건 및 과학 연구의 필수적인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4.2 산업 현장의 지능화 가속
팬데믹 상황과 무관하게, 2020년 1월 당시 산업계 전반에서는 이미 AI와 로봇을 통한 지능화 및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이는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안전성 확보라는 전통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필연적인 흐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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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및 물류: 공급망 및 물류 분야는 AI 투자가 가장 활발했던 영역 중 하나였다. AI 기반 예측 분석 센서는 생산 라인의 장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잠재적인 고장 패턴을 사전에 감지하고, 예방 정비를 통해 갑작스러운 생산 중단을 방지하는 데 활용되었다.55 또한, 공장이나 창고 내에서는 RTLS(실시간 위치 추적 시스템)나 컴퓨터 비전 기술을 이용해 지게차, 자재, 작업자의 이동 동선을 최적화하고, 비효율적인 움직임이나 병목 현상을 제거하여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솔루션들이 주목받았다.55 2020년 1월, 물류 자동화 솔루션 기업인 Berkshire Grey가 SoftBank 등으로부터 2억 6,300만 달러라는 대규모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한 것은 이 분야에 대한 시장의 높은 기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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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및 헬스케어: AI 기반 의료 영상 진단 기술은 유방암, 난소암 등 다양한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활용되며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55 또한, 개인의 유전 정보를 AI로 분석하여 특정 유전 질환의 발병 위험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서비스도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었다.55 수술 로봇 분야 역시 꾸준한 투자가 이루어지며 기술적 정밀도를 높여가고 있었다.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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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및 드론: 농업 분야에서는 프랑스의 Naio Technologies가 제초 로봇으로 1,557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농업 자동화 기술이 각광받았다.57 또한, 드론은 AI 및 컴퓨터 비전 기술과 결합하여 전력선, 풍력 터빈, 통신 타워 등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인프라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검사하고 모니터링하는 데 널리 활용되기 시작했다.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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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로보틱스 및 교육: 기존의 딱딱한 로봇으로는 다루기 어려운 섬세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소프트 로봇 기술도 상업적 가능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소재의 그리퍼를 개발하는 Soft Robotics Inc.가 2,3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57 한편, 교육 분야에서는 지능형 과외 시스템(ITS)이 학생의 얼굴 표정이나 시선 움직임을 분석하는 감정 인식 기술과 결합하여, 원격 학습 환경에서도 학생의 집중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개인별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하는 적응형 학습 기술로 진화하고 있었다.55
5. 결론: 2020년 1월이 남긴 유산과 미래 전망
2020년 1월은 인공지능과 로봇 공학의 역사에서 미래를 정의한 핵심적인 아이디어들이 응축되어 폭발한 결정적인 순간이었음을 본 보고서의 분석을 통해 재확인할 수 있다. 이 시기에 등장한 연구들은 단편적인 기술 발전을 넘어, 각 분야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이후 수년간의 연구개발 방향을 설정하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시기의 기술적 유산은 **스케일링(Scale), 효율성(Efficiency), 생체 융합(Bio-integration)**이라는 세 가지 핵심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스케일링은 AI의 성능 한계를 돌파하는 가장 확실하고 예측 가능한 경로임을 증명했다. “Scaling Laws” 연구는 거대 언어 모델 개발을 불확실한 탐험에서 정밀한 공학의 영역으로 전환시켰고, 이는 GPT-3를 필두로 한 초거대 모델 시대를 여는 직접적인 기폭제가 되었다. Google의 Meena 챗봇은 이러한 스케일링 철학이 어떻게 더 인간다운 상호작용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 초기 증거였다.
둘째, 효율성은 스케일링이 야기하는 필연적인 물리적, 경제적 한계를 극복하고 AI 기술의 접근성을 넓히는 필수적인 보완재로서 그 중요성을 입증했다. “Reformer“는 Transformer 아키텍처의 근본적인 계산 복잡도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AI 연구가 거대 자본의 전유물이 아니라 더 넓은 연구 커뮤니티에 의해 지속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스케일링과 효율성은 서로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AI 기술 발전을 이끄는 두 개의 수레바퀴로서 변증법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오늘날의 기술 지형을 형성했다.
셋째, 생체 융합은 기계와 생명의 경계를 허물며 로봇 공학이 나아갈 새로운 차원의 방향을 제시했다. “Xenobots“는 살아있는 세포를 프로그래밍 가능한 건축 자재로 사용하여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살아있는 기계’를 창조했고, ’땀 흘리는 소프트 로봇’은 생명체의 항상성 원리를 로봇의 소재 자체에 내재화했다. 이는 로봇 공학이 단순히 자연을 모방하는 단계를 넘어, 자연의 원리와 재료를 직접 활용하여 더 강인하고, 적응력 있으며,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음을 선언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2020년 1월에 제시된 이러한 선구적인 개념들은 단순한 학술적 성과에 머무르지 않았다. 이는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생성형 AI 혁명, 자율 로봇의 급속한 발전, 그리고 AI 윤리와 생명 윤리에 대한 심도 깊은 사회적 논쟁의 직접적인 뿌리가 되었다. 따라서 2020년 1월의 기술적 성취를 깊이 이해하는 것은, 현재와 미래의 기술 지형도를 읽고 다가올 변화를 예측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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